시를 쓴다는 건 나를 알아가는 여행인지도
영등포구 소식지를 읽다가 영등포구청에서 문학상 공모를 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소설과 시, 시조 부분에 응모하란다.
글을 매일 쓰지만 문학작품을 써본적은 없는데
그래도 한 번 응모해봤다.
고등학교 다닐 때 시조를 써서 도내 우수상을 받아본 적이 있다.
상패와 상장을 받는데 신기하기만 했다.
그때 썼던 시조가 제대로 기억이 나진 않지만 내가 살던 고향의 산에 대해서 썼었다.
'시'라는 것이 거창할 수도 있다.
만약 당신에게 누군가 시를 쓰라고 한다면 손쉽게 쓸 수 있을까?
시를 쓰려면 나와 주변을 잘 관찰하라고 한다.
지금 가을이다.
울긋불긋 물든 단풍에 대해서 쓸 수도 있고, 곧 나무를 떠날 단풍의 마음에 대해서 쓸 수도 있겠지.
오늘 아침에 먹은 과일 이야기로 시를 쓸 수도 있고, 아침에 출근하면서 본 거리에 대해서 쓸 수도 있겠다.
혹은 사랑하는 이와 함께 했던 추억에 대해서, 아이를 기르며 기쁘거나 힘들었던 나날에 대해서 쓸 수도 있을 것이다.
종이에 무언가를 끄적거려보는 하루
왠지 가슴이 간질간질해진다.
늘 바쁘게 살아가는 일상 속에서, 늘 치열하게 살아가는 오늘 속에서
일 년에 단 하루 아니 단 한 시간만이라도 시간을 내어 시를 써보자.
난 여행을 좋아한다.
이번에 시를 쓰면서 내면의 여행을 떠나봤다.
돈도 안 들고 얼마나 좋아
다음은 내가 쓴 자작시다.
<계절과 함께 익어가는 인생>
봄비에 벚꽃잎 흔들리며 여름이 왔다.
내 마음 아직 아스라이 봄날 같은데
타는 듯 한 태양은 하늘 한복판에 걸려있고
나는 여리지만 세상은 열정이 넘치네.
천둥과 폭우와 함께 가을이 왔다
나는 아직 가을을 맞이할 준비가 되지 않았는데
벼는 황금빛으로 물들고 과실이 익어가네
나는 멈췄어도 세월은 흘러간다.
진눈깨비가 장독을 덮으며 겨울이 왔다.
시린 겨울 맞이할 채비를 못했건만
추수 끝난 논엔 얼음이 얼고 스케이트장이 들어섰네.
내 손은 곱아지지만 동심은 한바탕 웃음꽃을 피운다.
소리 없이 찾아온 봄 햇살에 천지가 미소를 띠운다.
난 아직 차가운 겨울이건만
올 봄에도 진달래, 개나리, 벚꽃이 흐드러진다.
내 시린 마음에도 봄소식이 찾아들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