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에 가볼만한 곳 "설악산 단풍 구경 가볼까?"
10월이다.
새해 계획을 세운지 얼마 안 된 것 같은데 시간 참 빠르게 흐른다.
몇 년 전에 설악산에서 몇 달 산 적이 있었다. 가을의 끄트머리에서부터 봄의 시작을 알리는 그 기간 동안 설악산의 정기를 마음껏 취할 수 있었다.
'악'자가 들어가는 산은 험하다고 했지. 난 새벽마다 설악산을 산책했다.
활엽수보다는 침엽수가 많은 설악산 그래서 굳이 인간에 비유하자면 여성보다는 남성에 가까운 산이 설악산이 아닐까 싶다.
설악산은 중학교 때 수학여행으로 처음 접했다.
많은 산을 가봤는데 설악산은 정말 돌이 많다. 돌산이다.
그래서 설악산에서 나오는 물을 약수라고 해서 마구 마시면 안 된다. 치아가 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올해 설악산에 단풍은 9월 30일에 찾아왔다고 한다. 어제 단풍이 왔구나.
코로나로 많은 이들의 발목이 묶인 요즘, 어디 갈 곳도 마땅치 않은데 그 와중에 우리를 품어주는 산은 반가움 그 자체다.
법륜 스님의 '인생수업'이라는 책에는 "잘 물든 단풍은 봄꽃보다 아름답다"는 구절이 나온다. 봄꽃처럼 화려한 게 이 세상에 또 있을까? 그런데 그런 봄꽃보다 아름다운 단풍이라니... 꽃은 지면서 열매를 맺어 후손을 남긴다. 나무는 겨울을 준비하면서 몸에 매달린 잎을 떨군다. 새 봄을 기약하는 것이리라.
나무는 우리에게 많은 혜택을 준다. 맑은 산소를 공급해주고 비바람도 피하게 해주고 목재를 안겨주기도 한다. 산사태를 막아주고 태풍의 거센 바람을 잡아주기도 한다. 그리고 또 하나 '단풍'을 통해 우리에게 절제를 가르쳐준다. 단풍은 우리에게 지나치지 않게 너무 욕심부리지 말라고 말한다.
봄꽃이 새롭고 청초하고 빛나는 청춘을 닮았다면 가을 단풍은 원숙하고 풍요롭고 아쉬움을 드러낸다. 올해는 가을단풍을 보면서 지나친 욕심을 살짝 비워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과욕은 금물이다. 과로도 과식도 과음도 하지 말고 적당하게 먹고 마시고 일해야겠다. 뭐든 지나치면 모자람만 못하다 하니까. 고운 단풍처럼 살다가 잘 익은 낙엽이 되려면 지금부터 준비해야겠지.
오전에 동갑내기 학부모랑 통화를 하면서 지금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뭐냐고 물었더니 건강이란다. 코로나19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건강을 더욱 생각하게 된 것 같다. 단풍놀이를 하면서 절제를 한 번쯤 생각한다면 보다 건강한 삶을 살 수 있겠지.
빨간 단풍과 노랑 은행잎 하나씩 주워서 내가 아끼는 책 속에 끼워 책갈피로 만들어야겠다. 단풍을 보면서 10대 학창시절로 돌아가 그 당시 추억을 되새길 수 있다면 평생 청춘처럼 살 수 있으리. 그래서 법륜스님은 단풍이 봄꽃보다 아름답다고 했나보다.